2009년 5월 12일 화요일

[7급 공무원] 제목이 아쉬운 영화.


4월~5월 들어 극장가에 헐리웃 영화들과 대적할만한 영화들이 내걸리고 있다. 애초부터 관심을 모았던 박쥐는 예상대로 흥행1위를 달리고 있고, 그 뒤를 뒤쫓는 한국영화 한편이 있다. 7급 공무원. 사실상 이영화의 경우 개인적으로 예매 우선순위에서 줄곧 밀려 있었다. 제목에서 풍기는 뉘앙스가 자칫 진부한 이류나 삼류 코미디물 정도 쯤에 머물 것이란 예측에서였다.


그 동안 한국영화는 될법한 영화들, 흥행이 될만한 소재들만 긁어 모아서 영화를 만드는 이른바 흥행보증수표급 영화들을 양산해내는데 급급한 경향이 있다. 이러한 제작 풍토에 식상한 관객들은 조폭영화, 뻔한 애정물들을 외면하면서 한국영화에 대한 거품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고, 극장가는 깊은 불황의 늪에 허덕이기도 했다.


7급 공무원이 그런 전례에 사례를 하나 더보태주는 격이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한국영화치고는 조금 독특한 소재일지 모르겠지만, 어디서 많이 본 영화, 연상되는 영화가 몇몇 있을 정도로 새롭지 않은 영화다. 첩보물이면서 7급 공무원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 이유가 극 종반에 가서야 이해가 될 정도로 제목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유쾌하고 즐겁다. 큰 의미를 두지 않아도 되는, 눈이 즐겁고, 마음이 편안한 영화다. 다양한 액션신을 소화해내는데 상당히 힘겨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김하늘의 액션은 크고 웅장하다. 하지만 설정자체가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식 좌충우돌의 스토리를 차용한 듯 하고, 의식적으로 패러디임을 보여주고 한 것인지 가늠할 수 없지만 미션임파서블의 익숙하고 뻔한 반전시퀀스도 새롭지 않고 진부하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어리숙한 강지환의 몸짓도 소비적이다.


큰 웃음보다는 키득키득 웃을 수 있는 장면들이 꽤나 많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즐거움이 장기인 영화다. 지인 중에 한 명은 오히려 과속스캔들의 유쾌함보다 한 수 위라는 호평을 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취향상의 평가인듯하다. 개봉 이후 박찬욱 감독의 ‘박쥐’를 만난 것이 7급 공무원의 가장 큰 불행이 아닐까.


류승룡, 강신일, 장영남 등 굵직한 조연들의 후광도 영화를 뒷받침한다. 강지환과 류승룡 덕분에 아무 생각 없이 신나게 웃다가 극장을 나올 수 있었다. 벌써부터 속편을 기대하는 글들도 간간히 보인다. 만일 속편이 나오게 되면 연재물의 제목은 6급…5급….4급 공무원이 될까. 과연 속편을 염두에 두고 영화제목을 지었던 것일까. 이런 저런 생각에 휩싸이게 하는 영화. 7급공무원은 유쾌하지만 뭔가 2%정도 부족한 중박 정도의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댓글 6개:

  1. 제목이 영 보고싶지 않은 그런 제목이에요. 제목도 최소한 영화의 10%는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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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sticky - 2009/05/12 16:37
    7급 공무원의 경우 영화를 본 사람들의 대부분이 왜 7급 공무원이야! 하는 반응들이더라구요. 영화는 형편없는 수준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예매를 꺼리게 만드는 제목이었지요. 지인의 추천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안보고 지나쳤을 영화였을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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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trackback from: 7급 공무원
    강호씨 물건도 관심 없고, 숨겨진 코드 분석에도 질리는 사람을 위한 패스워드, '과장님 띄고 ILLHVH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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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엘군 - 2009/05/15 05:30
    가볍게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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