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6일 화요일

[렛미인] 왕따 소년과 뱀파이어 소녀의 몽환적 이야기.


색다른 뱀파이어 영화 렛미인.
종종 같은 소재의 영화지만 색다른 영화가 있다. 뱀파이어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전혀 뱀파이어 영화같지 않은 영화. 하지만 뱀파이어 영화의 색을 고스란이 담아낸 영화가 렛미인이다. 스웨덴 작가 욘 린퀴비스트의 베스트셀러 <Let the Right One In>을 각색한 <렛미인>(Let Me In)은 초대받지 않으면 결코 인간의 방에 들어올 수 없는 뱀파이어의 속성에서 가져온 제목이다.

최근 뱀파이어를 소재로 박찬욱 감독의 '박쥐'도 화제를 불러오고 있지만 오히려 렛미인을 더욱 높이 평가하고 싶다. 기존 뱀파이어 영화의 서사적 구조는 피를 갈구하는 뱀파이어를 통해 인간내면의 욕망과 타락, 혼돈을 주로 묘사한다. 의례적으로 뱀파이어에 대항할 나무 말뚝이나 마늘 등이 등장한다. 대게 영화의 초점이 이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경향이다. <렛미인>은 그 시작부터가 다르다.


<렛미인>에서 뱀파이어는 귀여운 소녀다. 창백한 얼굴의 수수께끼 소녀 이엘리가 그 주인공이다. 이엘리의 아버지[footnote]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깜짝놀랄 반전이 숨어 있지만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관객들도 있다.[/footnote]가 살인을 통해 피를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실수라도 하는 날엔 딸의 혹독하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감내해야 하는 어찌보면 블랙코미디[footnote]아버지는 오스칼의 미래일지도 모르겠다.[/footnote] 같은 장면도 보여준다.

한편 옆집에 살고 있는 하얀 피부에 금발. 허약하고 소심해서 늘 주변으로 부터 왕따며 괴롭힘 당하기 일쑤인 오스칼이 이엘리와 더불어 영화의 주인공이다. 심약한 탓에 반친구들에게 <역겨운 돼지>라는 놀림을 당하지만 저항하거나 반격하지 못한 채 고작 상상 속에서 그들을 혼내주거나, 처단하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을 뿐이다.

둘의 조합을 통해 감독은 서로가 가지지 못한 부분을 공감하고 교감할 수 있는 관계를 자연스레 풀어낸다. 마치 두 인물이 상반된 성을 가진 캐릭터가 아니라 서로의 상상 속에 동일한 인물같은 상상을 하게 된다. 즉 오스칼의 입장에서 이엘리는 자신을 보호하고, 자신에게 해를 가하는 세력을 처단해 줄 힘, 용기, 의지를 불어 넣는 강력하고도 절대적 힘을 가진 동경의 대상이다. 아울러 평범한 인간으로 고민하고, 낮에 활동할 수 있으며, 인간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오스카는 이엘리의 희망이기도 하다. 물론 영화를 바라 보는 해석 정도에 따라 느낌과 생각이 달라질 수 있는 영화다.

왕따, 폭행, 성적 암시 등 거칠고 잔혹하고 어두운 인간의 불완전성을 조명

영화는 단순하게 뱀파이어에 얽힌 에피소드를 풀어 놓는 듯 하지만 영화 속을 들여다 보면 많은 코드가 엉켜 있다. 감독은 스웨덴이라는 공간을 표현하거나 스웨덴 사회의 모습을 투영하려는 목적은 없다고 메이킹필름에서 강조한다. 다만 영화라는 작은 공간 안에 복잡하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유도하는 느낌이다.

뱀파이어가 피를 갈구하는 이유가 욕망을 채우기 위한 폭력과 살인이 아니라 삶을 이어가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라는 설정 자체가 특이하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컬트무비 느낌이 물신 풍겨오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갈등의 구조는 이엘리보다 오히려 오스칼의 주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왕따 당하고 폭력의 대상으로서의 오스칼은 답답하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맞서서 저항하지 못하는 오스칼이 안스러울 뿐이다. 하지만 이것이 철저하게 계산된 감독의 치밀한 의도다. 이엘리를 통해서 용기를 얻게 되고, 저항의 힘을 키우게 되는 오스칼의 성장은 이를 바라는 관객의 바람을 영리하게 실현해주는 듯하면서도 서사적 구조의 인과관계를 잇는 고리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렛미인은 섬뜩한 장면의 과도한 노출없이 인간내면의 잔혹성을 상상하게 하는 공포물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영화라고 생각한다. 앞서 이야기 한바 있듯이 오스칼이 이엘리고, 이엘리가 오스칼 즉, 오스칼 내면의 폭력성이 발현되고, 결국 연쇄살인범으로 발전된다는 상상에 도달하는 순간 한 없이 잔인하고 섬뜩한 공포물이 된다.


관객 스스로 상상하게 하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만드는데는 여러가지 상징적인 의미들과 암시가 사용된다. 이를테면 오스칼이 이엘리를  향해 초대 받지 않으면 절대 방에 들어 올 수 없냐고 되묻는 장면, 이를 무시하고 들어오는 이엘리의 얼굴이 피로 범벅이 되는 장면, 이를 보듬어 주는 오스칼의 몸짓은 해석에 따라 다양한 상상이 가능하다. 이엘리의 성적인 정체성을 모호하게 하는 장면도 이엘리가 옷을 갈아입는 장면 안에 짧게 이엘리의 하체를 비추는 카메라 워크를 통해 확인 할 수 있다.

또한 이엘리가 떠나간 방안을 거니던오스칼의 몸짓이며, 이엘리가 떠나는 창문에 가져댄 손 아래로 자욱이 남지만 이내 사라지는 장면, 마지막 가방 속에 이엘리를 숨겨 다른 마을로 향하는 오스칼의 모습 등은 관객들로 하여금 온갖 상상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시퀀스다.

이 모든 것이 의도된 연출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소년과 소녀가 만나고 애정을 나누며, 의지하고 보듬는 단순한 뱀파이어 영화가 아니라 12세 아이의 내면이 변화하고, 폭력성이 발현되는 순간을 뱀파이어라는 존재를 빌어 표현한 것 뿐이다. 이것이 관객에 따라서 한편의 서정적인 동화처럼 보일 수도 있고, 애틋하고 몽환적인 사랑이야기로 비춰질 수도 있다.

감독 스스로도 이를 유도한 듯한 뉘앙스를 인터뷰를 밝힌 바 있다.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은 관객이 마지막 시퀀스를 통해 해피엔딩을 상상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말을 전하고 있다.


<렛미인>에서의 뱀파이어는 결국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우리가 눈에 익은 초월적인 힘. 강력한 존재로서의 뱀파이어가 아닌, 살기 위해 피를 갈구할 수 밖에 없는 본능적이고 동물적인 존재로서의 뱀파이어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갈구하기 위해 힘들게 지나쳐온 청소년기에 한번 쯤은 존재했을 법한 우리 자신 내면의 괴물에 관한 이야기다. 상상하는 모든 것이 투영될 수 있는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이야기. 영화<렛미인>은 놀랍고 섬뜩한 우리 모두의 공포영화다.





댓글 9개:

  1. trackback from: 비트손의 생각
    [렛미인] 왕따 소년과 뱀파이어 소녀의 몽환적 이야기. 상상을 자극하는 뱀파이어 영화입니다.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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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애들 생긴게 포스가 장난아닌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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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sticky - 2009/05/28 06:28
    제가 좀 섬뜩한 사진을 올려서 그렇지 실제로 영화를 보시면 소년소녀의 모습에 반하실꺼에요. 아름다운 영상들도 자주 나오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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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제 블러그에 어떤 분이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이엘리의 아버지는 사실 이엘리의 남자친구라는...

    이엘리는 사창가에서 태어난 거세된 남자아이라는..



    충격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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