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10일 일요일

[용의자 X의 헌신] 스릴러를 뛰어 넘는 역작.




일본의 인기 드라마 ‘갈릴레오’를 원작으로 하는 용의자x의 헌신은 제목자체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시나리와 극적 반전은 올해 본 스릴러물 중에 단연 최고라 꼽을만하다.

 

용의자


<묘한 표정의 츠츠미신이치의 장면이 기억에서 오래 머문다>

 

영화의 재미는 줄곧 ‘어떻게’라는 물음을 던져준다. 의도하지 않은 살인사건에 휘말린 이웃집 모녀<야스코>를 위해 옆집에 홀로 사는 천재 수학자 <이시가미>가 생각해낸 것은 살인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를 완벽하게 구성하는 것이다. 평소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이시가미>는 논리적인 사고와 상황판단으로 경찰이 제시하는 물음들에 대한 알리바이를 면밀하고 치밀하게 준비함으로써 수사팀을 곤욕스럽게 한다. 하지만 학창시절 최고의 라이벌이었던 물리학자 <유카와>교수가 수사에 참여하게 되면서 쉽게 마무리 될 것 같던 완전범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사실 둘 사이의 미묘한 감정선의 대립과 승부욕에 대한 부분은 영화를 전개하는 핵심이 아니다. 헝클어지고 한데 꼬여버린 사건의 실마리 뒤에는 반복된 삶, 무기력하고 무미건조한 삶을 포기하고픈 한 사내의 무기력한 삶이 있다. 살아야 할 이유를 잃어버리고 차가운 도시에 표류하는 일상에 구원의 손길을 건낸 <야스코>를 향한 마음이 영화의 주축이다.

 

용의자2  용의자3

 

스릴러에 갑자기 왠 생뚱 맞은 사랑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랑이라는 핵심을 제외하고서는 영화를 이야기 할 수 없다. 한 사람을 향한 사랑, 가족에 대한 염원과 따뜻한 삶에 대한 희망들이 사건의 이면에 흐르는 극적 반전의 원류인 셈이다.

 

이쯤 되면 ‘어떻게’란 물음이 ‘어째서’라는 물음으로 뒤바뀐다. 사실상 영화는 처음부터 범인을 명확하게 노출하고, 뒤에 벌어진 과정들을 철저하게 숨겨버린다. 관객들을 줄곧 사건을 추론하고 추리하게끔 만들지만 사건의 실체에 대해서는 그 내용을 명확하게 사실화하지는 않는다. 수사팀과 <유카와> 교수가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과정들을 비춰가면서 실제 그 안에 숨겨진 복선과 의미들을 하나 둘 끄집어 낸다.

 

하지만 이런 사건의 진실도 영화 속에는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데 이는 <이시가미>와 <유카와> 교수사이의 대화 ‘그 문제를 푼다해도 아무도 행복해 지지 않아...란 대사 속에 잘 녹아 있다. 그리고 감독은 애초 관객을 통해 제시한 문제들을 ‘사건에 국한해서 접근하지 말고, 모든 관점을 바꾸어서 살펴볼 것을 진지하게 이야기한다.

 

기하문제로 보이지만 알고 보면 함수 문제라는....관점을 바꾸면 풀 수 있다...

 

모든 해답은 영화 속에 들어 있다. 하지만 그 관점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는 않고 줄곧 관객의 상상의 끄집어 내는데 많은 공을 들인다. 그래서 영화 속의 한 장면 한 장면을 놓치지 않고 몰입할 수 있다. 영화 초반에는 <이시가미>의 논리적인 추론과 치밀함에 놀라고, 후반에 가서는 ‘어째서’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관객 스스로가 찾을 때쯤 기존의 스릴러물이 머무를 수 밖에 없었던 단편적인 반전 이상의 감흥에 무릎을 칠 수 밖에 없는 영화다.

 

해답을 거부하고, 얼마든지 사건에 대해 추론할 수 있고, 정답을 제시할 수 있지만 그것 역시 본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단지 <야스코>를 위해 희생할 수 있다는 삶의 또 다른 의미를 찾게 해준 은인에 대한 헌신으로 자신의 삶이 한층 의미를 더해간다는 사실은 마지막 <이시가미>의 억척스런 눈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댓글 3개:

  1. trackback from: '용의자 X의 헌신', 두 천재의 숨 막히는 두뇌대결!
    <용의자 X의 헌신>은 추리소설에 근간을 두고 있는 작품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탐정 영화 혹은 추리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눈여겨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특히 이 작품의 근간이 되는 원작소설이 일본 최고 추리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임을 감안하면 영화에 대한 기대치는 더 상승할 것 이다. 그는 일본에 있는 거의 모든 추리작가 관련 상을 휩쓸며 자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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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trackback from: 비트손의 생각
    [용의자 X의 헌신] 스릴러를 뛰어 넘는 역작. 최근에 본 영화 중 가장 괜찮았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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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trackback from: 가우스 실험 - 영화 《용의자 X의 헌신》
    최근 일본영화 <용의자 X의 헌신>이 개봉했다. 4월 9일 개봉했지만 내가 본 것은 좀 늦게였다. 일본영화의 개봉이 잦은데, 그만큼 빨리 간판을 내리는 것들도 많다. 따라서 일본영화를 보기 전에 어느정도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좀 늦게 보는 편이다. 학창시절에 절친한 친구였던 천재 물리학자와 천재 수학자가 살인사건을 놓고 지능대결을 벌이는 구조의 영화다. 쫒는 자의 물리학자와 쫒기는 자의 수학자의 구도는 제법 재미있게 봤다. 물론 너무 물리학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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