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10일 일요일

[ 행복 ]사랑은 변하는 것일까?



한 사람의 변질된 사랑 앞에 가슴이 짓눌리고 더이상 호흡하지 못하는 여인이 하나 있다. 가장 통속적이고, 진부한 주제를 이야기 하지만 그 어떤 영화에서도 그려낼 수 없었던 진지함과 진정성을 모두 담아낸 영화. '행복'. 영화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고개를 끄덕이게 할만한 사랑에 관한 오랜 궁금증이 하나 있다.

사랑은 변하는가?

사랑이라는 열병을 앓아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쌍방향의 사랑이 변질되고 한사람만 처량하게 상대방을 바라 봐야 하는 상황이 되면 홀로된 사랑의 괴로움이 얼마나 큰가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시한부 인생으로 죽을 날이 멀지 않았음을 본인 스스로도 알지만 그 보다 앞당겨 죽고싶을 만큼 사랑에 대한 상실이 큰 여자 주인공 은희. 심장이 부서지는 고통에 못이겨 털썩 누워버리는 나약한 몸뚱아리 사이로 낙엽들이 스친다. 바람이 스치운다. 그리고 즐거웠던 일장춘몽의 사랑도 저물어 간다. 사랑과 시련. 그아련하고 쓰라진 상처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며 눈시울을 붉힐 정도의 시퀀스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다.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흩어져 갈뿐이다.

가게는 망하고 애인과 이별하고 심각한 간경변까지 얻게 된 영수가 정착한 곳은 은희의 마음이다. 그 속에 영원히 머무르길 기대하는 은희의 기대를 저버리는 영수. 다소 우유부단하면서도 자기 의지력이 약한 영수에게 사랑은 그저 현실을 잠시 회피하는 도구였을지도 모른다. 주는것 보다 받는것에 익숙한 남자. 그리고 아픔을 감수하면서까지 한사람을 향했던 사랑의 끈을 놓아버리는 편이 오히려 남자를 위하는 길이라 여기는 여자. 은희에게 사랑은 자신의 가슴속 사랑을 소유하지 않는 것이다.

영화에서 행복은 결국 약속이다. 변절된 사랑앞에서도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낼 수 있었던 것은 죽을날 자신의 곁에 있어주겠다는 한 남자와의 실낱같은 약속 때문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 약속은 반쯤 타의에 의해 지켜지지만 후회와 아픔 그리고 그리움으로 은희는 영수의 가슴에 가루가 되어 뿌려진다.
 
사랑은 그렇게 변하는 것이 아니라 흩어지는 것이 아닐런지. 사랑 그 새빨간 거짓말은 한낱 부질없는 가루에 지나지 않음을 이야기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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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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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 허진호 감독, 2007년도 작품 사람들이랑 대화를 하다 보면 좋아하는 영화가 무엇인지 물어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때 나는 그 질문에 <8월의 크리스마스>라고 답했었다. 1998년 비디오로 처음 본 이후 아마 여덟 번은 넘게 봤을 정도로(여덟 번째까지는 횟수를 세었는데 그 이후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8월의 크리스마스>를 좋아했다. 심지어 영화를 보다 어떤 장면에서 어떤 대사가 나오는지 맞추기도 하고 대사를 따라하기도 하고 가끔은 노래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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