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13일 수요일

영화 사상 최고의 적수, 맞대결 TOP5

영화에서는 수 많은 적수들이 격돌한다. 갈등과 반목, 질투와 시기가 엇갈린 라이벌이 있는 반면에 서로를 죽여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대도 있다.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에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맞수도 있다. 여지껏 감상한 영화 중 최고의 적수들 TOP5를 선정해봤다.

# 5위 : 쳡혈쌍웅

아쏭(주윤발) VS 이응( 이수현)


첩혈쌍웅은 1989년작으로 오우삼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다. 대부분 홍콩 느와르의 최고 걸작으로 영웅본색으로 꼽지만 개인적으로 첩혈쌍웅을 한 수 위라 말하고 싶다. 쌍권총과 휘날리는 바바리코트도 여전하고 비둘기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화력은 영웅본색을 압도할 정도다.


아쏭(주윤발) 과 이응(이수현)은 킬러와 경찰로 쫓고 쫓기는 서로간의 적수이지만 결국 찐한 동료가 되는 사이로 변한다. 둘을 최고의 적수라고 꼽는 이유는 적이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들을 통해 사나이들만 공유할 수 있는 끈끈한 우정을 담아 냈기 때문이다.


# 4위 : 3:10 투 유마

밴웨이드(러셀크로우) VS 댄 에반스(크리스찬베일)


철 지난 서부영화쯤으로 생각하고 감상한 영화가 대박인 경우다. 사실 러셀크로우나 크리스찬베일의 연기를 하나의 스크린에서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운인 영화다. 영화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은 3:10 투 유마는 3시 10분 유마행으로 향하는 기차에 범죄자 벤웨이드(러셀크로우)를 호송하기 위한 댄에반스(크리스찬베일)의 여정을 다룬다.


한가지 특이한 것은 기존의 서부영화들이 취해왔던 선과 악의 구분자체를 조롱하듯 모호하게 뒤집어 버리는 영화적 설정이지만 긴장감이 느슨하거나 흥미가 반감하지 않게 풀어낸다. 두 적수의 대립관계와 그 속에 그려내는 부성애, 이에 동화되는 악인의 심리묘사가 꽤나 매력적이다. 색다른 서부 활극을 원한다면 3:10 투유마를 선택해도 좋다.


# 3위 : 친구

준석 (유오성) VS 동수(장동건)


2001년 한국은 그야말로 친구 돌풍에 휩싸였다. 곽경택 감독의 친구가 이렇게 파란을 일으킬지는 아무도 예측 못했을 것이다. 2001년 3월 31에 개봉한 친구는 2,579,950명을 극장으로 불러 들이며 같은 해에 개봉한 엽기적인 그녀를 8만여명차로 따돌리며 2001년 의 최고흥행작에 등극한다.


"니가가라 하아이", "고마해라 마이무따 아이가"등의 대사는 각종 패러디로 만들어질 정도로 영화 친구의 흥행은 거침없었다. 오래 두고 사귄 벗, 함께 있을 때 두려울 것이 없는 친구사이인 준석과 동수지만 서로에게 칼을 겨누어야 하는 적이 되는 순간 둘은 더이상 우정어린 사이가 아니다. 준석에 대한 열등감, 친구에 대한 배신감과 반목들을 잘 표현한 유오성과 장동건을 최고의 위치로 끌어준 영화 친구는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다.


# 2위 : 무간도

진영인(양조위) vs 유건명(유덕화)


2002년 명맥을 겨우 이어가던 홍콩 느와르에 걸작이 한편 탄생한다. 유위강 감독의 무간도. 와이어가 난무하고 천편 일륜적인 스토리에 식상해 있을 홍콩영화매니아들에게 치열한 두뇌싸움, 심리전으로 색다른 신선함을 안겨준다. 홍콩경찰의 비밀 경찰신분으로 삼합회에 잠입한 진영인(양조위)과 반대로 삼합회 소속이면서 조직원을 위한 스파이로 홍콩경찰에 잠입하여 활약하는 유건명(유덕화)의 심리 대결이 압권이다.


진영인은 10년 동안의 삼합회 조직원 생활을 청산하고 떳떳한 경찰 신분을 되찾길 바라고 유건명은 조직의 보스를 제거해 가면서까지 안정된 경찰신분 속에 신분상승을 꿈꾼다. 비슷한 고민을 가진 둘은 서로 가장 위험한 적인 동시에 서로의 아픔을 누구보다 공감하는 동지다.


주연, 조연할 것 없이 적절한 캐스팅과 각본과 시나리오 상상을 초월하는 반전까지 삼박자를 두루 갖춘 영화다. 속편, 3편도 흥행을 이어가며 헐리웃으로 넘어간 판권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잭니콜슨의 "디파티드"로 리메이크 되지만 원작의 발끝도 못 쫓아가는 느낌만 줄 뿐이다.


# 1위 : 다크나이트

배트맨(크리스찬 베일) VS 조커(히스레져)


슈퍼히어로물을 가장한 범죄스릴러. 아니 범죄스릴러를 가장한 장르영화라고 하는 편이 정확하다. 다크나이트를 내가 본 영화 중 최고의 적수가 등장하는 영화 1위로 꼽는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고인이 된 히스레져에게 경의를 표한다.


선 과 악의 대결에 항상 선의 입장에 치우쳐 있던 헐리웃의 세계관을 조롱하듯 선과 악 둘 사이의 팽팽한 대립과 대결을 촘촘히 심어 놓는다. 선과 악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미묘한 차이일 뿐, 운명은 이런 선악을 구분 짓는 것처럼 무모한 것임을 수 차례 보여주려 애쓴다.


배트맨은 가장 인간에 가까운 히어로로써 완벽하지 않아 더욱 빛나고 조커는 순수악 그 자체로 섬뜩함과 아찔함을 함께 표현한다. 그래서 둘의 격돌은 치우침 없이 팽팽한 평행선을 그린다. 슈퍼히어로물을 통틀어 이처럼 적수다운 맞대결을 펼친 적이 있었을까. 감히 배트맨과 조커의 영화 속 대결을 최고라 말하고 싶다.


댓글 5개:

  1. 재밌는 기획이로군요. :) 살파랑에서 견자단과 홍금보의 대결도 볼만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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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트랙백 타고 왔어요~

    모두 공감가네요~

    여기에 <올드보이>의 오대수와 이우진의 대결도 곁들여 추천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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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trackback from: [영화] 첩혈쌍웅 (1989, 오우삼)_홍콩 느와르의 전설
    첩혈쌍웅 감독 오우삼 (1989 / 홍콩) 출연 주윤발, 이수현, 엽청문, 증강 상세보기 전설의 홍콩 느와르 걸작. 초등학교 때에도 좀 조숙했던 아이들은 <영웅본색>이나 <천장지구>를 보았지만 난 주로 강시영화나 <별똥동자>, <영구와 땡칠이>시리즈 등등의 영화를 보았다. 물론 특별히 그런 영화를 좋아해서 그런 게 아니라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영화에 좀 늦게 눈의 틔였던 거지. 그 때 누군가는 유덕화나 주윤발의 책받침을 가지고 다녔고, 좀더 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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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sticky - 2009/05/13 11:40
    살파랑은 아직 보지 못한 영화라서 영화정보를 한번 찾아보게 되었네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한번 보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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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shinsee - 2009/05/13 13:25
    가만히 생각해보니 올드보이 오대수와 이우진의 대결도 인상적이었죠. 다만 대결구도가 일방의 복수로 이어진 감이 없지 않아서 다소 맥이 풀리긴 하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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