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2일 금요일

[어톤먼트] 어톤먼트 단평.


우리말로 풀어쓰면 어톤먼트[atonement]는 속죄다.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중에 소설을 뛰어 넘는 평을 듣는 작품은 드물다. 어톤먼트 역시 그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평이 다수다. 어톤먼트는 단순한 사랑에 관한 영화인듯 보이지만, 한 소녀 인생에 원죄가 되었던 사건, 세 사람의 인생을 통째로 바꾸어 버린 한토막의 사건에 대해 복잡한 시점과 시선을 보여준 영화다. 그 속에 질투와 시기, 애증과 그리움, 후회와 회한을 골고루 표현해내는데 모자람이 없는 수작이다.

영화 곳곳. 타자기 소리처럼 청각을 자극하는 요소가 인상적이다. 강약과 템포는 의미를 함축하고 그 함의에 대해 깊은 시간 사유하게끔 한다. 실질적으로 속죄의 근간은 짝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시기와 질투에 있음을 매끄럽게 표현해낸 것 하나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21번째 소설 '어톤먼트'를 통해 과거로 회귀하여 속죄하고 싶은 노소설가의 소회가 처연하다. 아울러 바람과 반전이 교차하는 시퀀스는 단연 압권이다.

<세실리아[키이라나이틀리]보다 오히려 흡입력있는 연기를 보여준 시얼샤로넌>

하지만 아쉬움도 그만큼 크다. 요컨대 초반 똑부러진 연기로 주목성이 높았던 브라이오니의 소녀시절 모습과 5년의 시간이 흐르고 성장한 후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은 극초반 탄탄하게 다져 놓은 캐릭터에 대한 몰입과 이해를 심각하게 방해한다. 이는 갈등과 반목 사이를 느슨하게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소설 속의 전쟁부분과 캐릭터의 고뇌부분은 치밀한 묘사로 이루어진 원작의 일부분을 생략하여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럼에도 원작의 일정부분을 계승하려는 노력, 나름의 향기를 충분히 만들어낸 감독의 공은 박수를 쳐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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