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16일 화요일

[콰이강의 다리] 집착이 만들어낸 웃지 못할 해프닝.

콰이강의 다리

영화 콰이강의 다리는 1957년 작품이면서 전혀 구시대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작품이다. 2차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과는 달리 인간의 잔혹상이나 전쟁의 상흔을 표현하는데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서도, 인간내면의 변화과정을 디테일하게 담아냈다. 

영국에서 만들어지고, 영국인의 시선에서 그려져서인지 일본인(사이토대령)은 우둔하고, 비합리적으로 그려지긴 하지만 이는 영국공병대장 니콜슨 대령의 군인 정신과 리더십을 상대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한 배치로 생각할 수 있다.

니콜슨 대령은 철저하게 원칙주의자다. 한번 품은 의지는 절대 굽히지 않는 소신있고, 기개있는 장교로 그려진다. 일본군 수용소장 사이토에 맞서 제네바 협정상 장교의 노동금지를 주장하다가 한달간 독방신세를 지지만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



결국 의지가 승리의 결실을 이루고 장교들은 콰이강 다리건설의 관리직으로만 참여한다는 약속을 얻어낸 니콜슨 대령은 영국인의 기상과 우수함을 사이토대령에게 과시하기 위해서 급격하게 변화한다. 이적행위를 하지 않아야 할 장교가 적국의 보급로가 될 다리 건설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다.

영화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인간의 집착에 초점을 두기라도 한듯, 니콜슨 대령을 더욱 악착같은 인물로 변화시킨다. 공기 단축을 위해 환자병들까지 동원하고, 다리개통과 더불어 급파된 영국 특공대원들과 맞써서 자신의 다리(?)를 지키려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진다.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지?

마지막 니콜슨 대령의 자조적 한마디로 사태를 되돌리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원칙을 고수하고, 당당한 리더십이 정복해야 할 대상을 굴복시키기 위해 벌이는 집착과 광기는 인간 본성의 악랄함과 어리석음을 여실히 드러내며 다리와 함께 무너져 내린다.

영화 자체가 아주 오래 되었고, 제법 긴 런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은 것은 일본군 사이토대령과 니콜슨 대령과의 자존심 싸움이 내내 흥미진진하고, 다리가 완성되어가는 과정, 다리를 폭파하기 위해 급파된 특공대원들 사이의 스토리가 서로 이질감 없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명작감독으로서의 저력이 새삼 놀라운 영화다.

댓글 5개:

  1. 콰이강의 다리...

    생각해 보면 참 오래전 영화네요..

    하지만 머리속의 그 장면들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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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어찌할가 - 2009/06/16 14:03
    오래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도 흥미롭게 봤습니다. 달리 명화라 불리는게 아니더라구요. 특히 EBS에서 좋은 영화를 많이 상영해주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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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비트손 - 2009/06/17 09:41
    예전에 방영하던 추억의 명화같은..

    가끔 저도 EBS를 보면서 시간을 회상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오래된 것에 대한 특별한 감성이 생기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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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어찌할가 - 2009/06/16 14:03
    요즘 장르와 개봉시기를 구분하지 않고, 흥미로울 것 같은 영화를 감상하고 있는데요. 명화라는 타이틀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종종들기도 합니다. 오래된 것이든 새것이든 비슷한 감성이 생기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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