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15일 월요일

[시선 1318] 10대를 바라보는 색다른 시선들.



시선 1318은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10대 청소년을 바라보는 각기 다른 관점이다. 5명의 감독이 풀어낸 이야기는 시험 스트레스 문제, 미혼모 문제, 미래에 대한 불안과 답답함, 청소년의 시각에서의 청소년 문제, 다문화 가정의 인권문제 등을 이야기한다.


[진주는 공부 중] 방은진 감독.
옴니버스 영화답게, 취향에 맞게 골라 볼 수 있는 다양성이 있다. 첫번째 단편은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자연법칙을 어릴적부터 체득하고 있는 청소년의 슬픈 단면을 가장 밝은 화면 안으로 담아낸 이야기 <진주는 공부 중>이다. 한편의 뮤지컬을 편안하게 감상하는 느낌으로, 제도권 교육안에서 진정 하늘을 날고 싶은 욕망을 억압받는 아이들의 모습이 슬프지만 화면에서 만큼은 유쾌하게 그려진다. 남지현, 정지안 두 배우의 노래와 율동도 내내 기억에 남는 영화다.


[유.앤.미] 전계수 감독
총 5편의 단편 중에서 가장 시각적으로 편안한 느낌이다. 하지만 영화 자체는 그리 안정적이지 않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역도 이외의 다른 꿈을 상상할 수 없는 현실에 놓인 아이와 내 의지대로 현실을 살지 못하는 아이의 고민은 비단 영화 속 아이들의 고민만은 아니다.  그래서 우울하고 건조할 수 밖에 없는 물이라도 한차례 뿌려 차오르는 바다만큼의 꿈을 느끼고 싶은 아이들의 바람이 담긴 영화이기도 하다.


[릴레이] 이현승 감독
릴레이는 청소년의 임신문제를 특이한 관점에서 접근한다. 왜 학생은 아이를 키우면서 학교에 다닐 수 없느냐를 반문하는 당돌함이 보편적인 통념과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그럼에도 일견 그들을 보듬고 보호하기 보다는 차가운 현실로 내모는 기성세대와 사회는 우리 스스로 한번 돌아보아야한다는 자성적 메세지를 은유한다. 박보영이 등장으로 업된 기분과 문성근의 "이것이 알고 싶다"를 연상케하는 장면이 마냥 웃음으로 머물지 않은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청소년 드라마의 이해와 실제] 윤성호 감독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은 영화는 5편 중 가장 색다르다. 색다름의 의미는 짜여진 각본과 가지런한 대사없이 즉흥적으로 이뤄진 비트박스와 자막 속에 잘 드러난다. 대선 벽보를 뒤로 한 화면 안에서 주저리 주저리 이뤄지는 대화는 갈피를 잡지 못할 정도로 중구난방이지만 그 속에 현실에 대한 그리고 미래의 꿈에 대한  생각이 엿보인다. 실제 10대 청소년이 직접 각본에 참여해서 만들어 나간 영화는 가장 자유발랄하고 형이상학적인 한편의 단편으로 거듭났다.


[달리는 차은] 김태용 감독
다문화 가정의 현실과 문제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돋보이는 영화다. 2005년 기준 국내 초중고 혼혈 학생은 약 6천여명, 중학교 학업 중단율이 17.5%라는 점을 놓고 보더라도 우리사회의 다문화 가정에 대한 문제는 흘려버릴 수준을 넘어섰다. 김태웅 감독은 다문화 가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외와 외로움에 대해 감독 특유의 정서를 담아냈다. 현실을 도피하고 싶어 마냥 달리는 차은과 한국인도 필리핀인도 될 수 없는 차은 엄마는 서로 닮아있지만 외로움을 보듬어 줄 수 없는 사이다. 엄마와 딸이라는 정서적 교감이 서로를 끌어안을 때에 비로소 서로에게 평행을 달리는 마음이 열고, 서로를 끌어안은 따뜻함을 느낀다. 다문화 가정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그 속에 소외된 소수자들에 대한 한없는 따뜻함을 느끼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댓글 9개:

  1. 6월 11일 개봉했군요.

    챙겨볼 영화 한편 추가해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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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엘군 - 2009/06/15 19:26
    네. 저는 시사회 기회가 있어서 좀 더 일찍 볼 수 있었던 영화였어요. 나름 생각을 많이 하게하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즐거운 관람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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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trackback from: ‘시선 1318’, 청소년인권 무시해야할까요?
    인권이란 무엇일까?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참고하면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서 당연히 인정된 기본적 권리”라고 한다. 우리의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면 국가발전이란 명목 하에 인권이 철저하게 유린된 시기가 있었다. 이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가발전이라는 미명하에 우리는 때때로 이 인권이란 것에 대해 등한시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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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참 괜찮은 영화였던 것 같아요. 인권영화라 처음부터 거부감 낼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인권이라는것이 남의 입장이 되어보고 그들을 한 번만 이해해보는것으로 충분한데 말이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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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trackback from: [영화] 시선 1318 - 박보영, 남지현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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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지고 깨지고 비명지르는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는 여름에 따뜻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영화 한 편이 있다.

    「시선 1318」. 5편의 단편영화를 한가지 주제(1318?! 청소년)로 묶어서 내놓은 옴니버스식 영화다. 영어제목은 「 If You Were me 4」. '여섯개의 시선', '다섯개의 시선' 그리고 '세번째 시선'에 이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작한 인권시리즈 4번째 이야기다. 전에 작품들도 괜찮겠다 싶었지만 연이 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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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oskar - 2009/06/16 09:30
    어른들도 모두 아이의 마음으로 살아온 역사가 있을텐데, 쉽게 상처주고, 보듬지 못하는 현실이 갑갑하게 여겨지기도 하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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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trackback from: 시선 1318 _ 청소년 영화 그 이상의 감동
    시선 1318 (If you were me 4, 2008) 청소년 영화, 그 이상의 감동 <과속 스캔들>로 큰 인기를 얻은 박보영 양이 포스터에 큼지막히 자리잡고 있는 청소년 영화 <시선 1318>은, <여섯 개의 시선>에 이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작한 또 하나의 옴니버스 영화이다. 처음 이 영화를 알게 되었을 때만 해도 (더 나아가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보기 직전까지도) 이 영화에 대한 기대치는 그리 높지 않았었다. 김태용, 방은진, 윤성호, 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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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trackback from: 청소년의 인권을 잘 다룬 영화, 「시선 1318」
    * 일부 스포일러가 들어 있습니다. 토요일, 편집회의가 편집부 개개인의 사정으로 미뤄지고서 본 기자는 갑자기 할 일이 없어져서 무척이나 난감했습니다. 평소에는 학업과 기사 작성과 블로그 관리의 '죽음의 트라이앵글'에 치여서 푹 쉬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갑작스럽게 휴가가 주어지니 은근히 심심하더라고요. 그래도 어떡해요. 놀기는 놀아야죠. 대신 인터넷뉴스 바이러스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놀기로 결정했습니다. 가보고 싶었지만 평소에 가볼 일이 많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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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trackback from: review 「시선 1318」 - 인권영화, 이번에는 청소년이다!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동안 국가인권위원회의 시선 프로젝트 (아시는 분들은 다들 아시겠죠?) 를 「다섯 개의 시선」 이후로 극장에서 보지 못하다가 오랜만에 본 것이 이번에 개봉한 「시선 1318」이었다. 3년이라는 사이에, 참 많은 인권 영화가 제작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작한 영화 뿐만 아니라, 독립 영화에서도, 그리고 상업 영화에서도 시선 프로젝트가 심은 인권의 뿌리는 점차 넓어져 갔다. 그리고 한 가지 충격적인 사실은, 「시선 1318」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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