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9일 화요일
[마더] 모성애의 집착 + 섬뜩한 복수극.
모성애의 집착과 아들의 섬뜩한 복수극.
사랑이 지나치면 집착이 되고, 집착이 강해지면 비극이 된다. 비단 남여사이의 사랑에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한번으로 의문이 풀리길 기대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 마치 엉킨 실타레가 잡고 있는 기분이다. 그래서 또 한번 극장을 찾았다. 예상대로 곳곳에 놓치고 지나간 부분들이 스며나왔다. 하지만 수수께끼처럼 복선이 새로운 연결고리와 함께 엉켜버렸다. [오죽했으면 감독조차 이제는 말할 수 있다며 인터뷰를 한 것일까]
마더는 애초에 상상력을 제한할 의도가 없는 것처럼 세밀한 상징적 암시들이 빼곡이 들어 차있다. 모성애가 진화한 집착과 광기가 어머니라는 이름을 끝을 알수 없는 곳까지 데려 놓는다. 더불어 '복수'라는 키워드가 마치 날카로운 칼마냥 모성애의 집착, 광기와 만날 때 세상에서 가장 섬뜩한 영화가 되었다.
인상적인 장면들과 상징적 의미들.
#1 춤.
관객에 따라서 처음 김혜자의 춤은 <웃음> 아니면 <궁금증>으로 다가온다. 내 경우 첫 느낌은 웃음 쪽에 가까웠다. 깊은 의미를 두기보다 어떤 설정이나 환기차원의 배치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후반, 그리고 종반 보기 좋게 걷어차인 느낌을 받는다. 춤은 사건이 절정으로 치닫고, 모든 진실이 어머니의 가슴에서조차 쓸어내릴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를 때, 유일하게 자신을 자각하는 방법인 동시에 지우고 싶은 기억에 대한 몸짓이 된다.
#2 손.
인간 대부분의 행위는 손에서 비롯된다. 선행도 악행도 손의 힘을 빌어 이뤄진다.
날카로운 작두에 얹은 손이 위태할 때 마다 관객은 마음을 졸인다. 피가 흥건한 채로 억척스럽게 아들을 향해 돌진하는 어머니의 손은 아들을 보듬기도 하지만 결국 제어할 수 없는 광기를 뿜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영화 초반 타이틀 씬에서 김혜자가 옷깃으로 집어 넣은 손은 집착, 광기를 모두 숨기고 있는 모습처럼 보인다.(정확히 두번째 볼 때 그런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더욱 처량하고 한편으론 섬뜩하다.
#3 오줌.
물가에 내어 놓은 것 마냥 늘 걱정인 아들. 담벼락에 오줌을 싸지르는 아들을 지켜보는 어머니의 시선 하나도 예사롭지 않다. 한약을 입에 넣어주고, 아들이 남긴 흔적을 뒷처리하는 모습은 모자사이의 사건들을 암시하는 것 같아 그냥 흘려버릴 수 없다.
#4 사진.
도준의 기억이 고스란이 묻어있는 한장의 사진. 가장 미스터리한 소품 중에 하나다. 기억에서 도려내고 싶은 부분이 있어서 일까. 아들만을 생각하는 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표현이었을까. 아직까지 결론내릴 수 없는 장면 중의 하나다.
#5 꽝~복수!
두번째 관람이후 도준의 행동하나하나가 나름의 이유로 다가왔다. 벤쯔 빽미러 사건(?)이후 반복되는 도준의 대사 <꽝~ 복수>는 도준이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되찾고 복수를 꿈꾸기 시작한 터닝포인트 처럼 느껴졌다. 면회실을 사이에 두고, 기억의 끝을 잡고 있는 아들에게 내뿜는 괴성은 전기충격을 받은 듯한 전율을 느끼게 해준다.
#6 3천원
봉준호 감독은 <살인의 추억>이나 <괴물>에서 그랬던 것처럼 마더에서도 사회 언저리의 슬픈 현실을 조목조목 짚어내는 눈을 가졌다. 원조교제, 청소년 폭력, 골이 깊은 제도권의 부패들, 건조하고 때론 습하기도 한 화면 가득한 인간 군상들의 일그러진 현실이 영화 곳곳에 닿아 있다.
아무도 믿을 수 없고, 손을 내밀 수 없는 상황 속에 놓인 어머니. 형사 제문의 우산도 뿌리치고, 빗속을 걸어나간다. 빗 속에서 고물상 노인의 우산을 낚아채고 3천원을 건내지만, 정당한 댓가 이상의 2천원은 다시 어머니에게로 돌아온다. 가장 정당한 것은 빗줄기가 거세기만 한 길바닥에서의 초라한 자신뿐이다.
#7 침자리
고통을 잊게 해준다는 침자리. 보호하고 싶고, 늘 보듬고 싶은 아들 탓에 제어할 수 없는 본능을 드러내 버린 한 사람. 이젠 되려 자신의 기억을 모두 지우고 싶다. 그것이 결국 이 시대의 우리의 어머니가 아닌가라는 물음을 던져주듯 혼란스런 화면으로 영화는 끝맺음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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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너무 많은 생각이 드네요..
답글삭제저도 꼭 한번 봐야 하는데...
주말에는 꼭봐야죠..^^
@어찌할가 - 2009/06/09 16:40
답글삭제강력하게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누가 범인인가 보다 왜에 촛점을 맞추시면 더욱 재미있는 영화가 될 것 같아요. :)